#최종건 #DMZ지뢰 #대북정책 #비핵화 special series letterㅣ2026.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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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최종건
DMZ 지뢰 폭발부터 미사일 실험까지, 잇단 안보 위기 속 대북정책의 방향을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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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editor's comment
무분별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양극화된 우리 사회는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깊어지는 혼란 속에서 정작 우리가 마주해야 할 '팩트'는 흐려져만 간다.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십대만의 시선으로, <이대로>가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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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레터는 PC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PC버전으로 읽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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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밤은 새벽과 맞닿아 있다."
— 최종건, 『한반도 비핵화』 中
밤의 끝자락에 첫빛이 스며드는 시간. 그 변화의 순간을 '여명'이라 부른다.
2018년, 한반도에도 여명이 찾아왔다. 남북 정상은 긴 밤을 건너 새벽으로 가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 새벽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한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을 거쳐 외교부 제1차관을 지냈다.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남북정상회담 현장을 숨 가쁘게 누볐다.
8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는 그때와 다르다. 북한의 핵무기는 늘어만 가고, 미사일 기술도 한층 고도화됐다. 지난달에는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국군 장병들이 부상을 입었다. 살얼음판 같은 평화가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청년들은 불안하다.
불신과 적대로 얼어붙은 2026년. 2018년 대화를 이끈 사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때와 지금의 한반도는 어떻게 달라졌으며, 비핵화와 대북 정책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여명을 만든 이에게, 다시금 미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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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배는 돌아오는가"
— 2018년 한반도 분위기는 굉장히 따뜻했다. 양측 정상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는데, 당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었던 결정적 조건과 기회는 무엇이었나.
대화가 열릴 수 있었던 첫 번째 조건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보낸 메시지가 매우 투명했다는 점이다.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대에게는 비공개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국가가 책임을 수반하는 공개적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낼 때 비로소 신뢰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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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북한에게 일관된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ㅣVOA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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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기회는 평창올림픽이었다. 당시 한반도는 미군 전투기가 원산 앞바다 200km 지점까지 진출할 정도로 정세가 불안했다.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들조차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참가에 깊은 우려를 표하던 상황이었다. 이렇듯 전운이 감도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올림픽을 평화의 계기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의 니즈와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맞아떨어졌다. 당시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화의 명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외교적 통로가 없었고, 판문점 회담 등을 거치며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줄 중개와 도움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내외적 조건과 기회를 적시에 포착하고 활용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터낼 수 있었다.
— 성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2019년의 '하노이 노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하노이에서의 수모를 겪은 북한은 큰 배신감과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코로나19 시기에 모든 국경을 완전 봉쇄하면서, 문재인 정부 5년 중 실질적으로 대화가 가능했던 기간은 1년 반 남짓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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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ㅣ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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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급변하니 북한 입장에서는 매번 신뢰가 사라지는 꼴이다. 현재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포하고 국경에 장벽을 쌓는 것은 더 이상 우리를 거쳐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담벼락을 쌓는 것은 매우 방어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과거 대외정책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제는 러시아·중국 중심의 대륙으로 향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고 제안해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남북관계는 일종의 '떠나간 배'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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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의 배가 떠나갔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렇다면 떠나간 배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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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 과거 우리가 제공하던 자원과 지원을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화가 재개되려면 우선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우 전쟁이 끝나야 한다.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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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ㅣ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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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뢰 폭발 사고로 우리 장병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인식하는 군사분계선(MDL) 기준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번 사고와 DMZ 내 경계선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우리 장병들이 매우 크게 다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고는 기존 수색로가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발생했다. 문제의 핵심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축척이 5만분의 1인 지도에 군사분계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도 위 선의 두께만으로도 실제 거리로 20~40m의 오차가 생긴다. 여기에 더해 기준이 되는 말뚝의 위치가 절벽이나 개천 같은 실제 지형과 어긋나는 곳도 상당수다. 세월이 흐르며 홍수와 화전 등으로 말뚝이 많이 사라졌고, 국방부, 유엔사, 북한이 각각 인식하는 MDL 선도 조금씩 다르다.
물론 군 입장에서는 장병이 다쳤으므로 도발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의 관점에서는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이 가보지 않은 길에서 일어난 사고인 만큼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이 마주 앉아 경계선을 확정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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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DMZ 지뢰 폭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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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들이 다친 만큼 적절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러한 조치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평행선을 그린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당성을 가진 민주국가다. 북한의 도발이나 정전협정 위반이 거듭될수록 우리는 더욱 품위 있게 대응해야 한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처럼, 판문점으로 북한을 불러내 따져 묻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의 옳은 정책이다.
똑같이 지뢰를 묻거나 군사적 대치 수위를 높이는 상응 조치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이전 정부에서 실시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품격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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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평소 강조하던 '관여(Engagement)*'의 효능이 북·러 밀착 등 현재의 정세 속에서도 유효하다고 보나.
녹록지 않은 작금의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관여가 종교는 아니지 않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관여의 방식은 존재한다.
첫째, 북미 대화나 북일 대화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한 패싱'의 우려가 제기되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은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없는 상태다. 북한이 세계 여러 나라(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와 교류하도록 판을 열어주어야 오히려 그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내부 정비다. 우리 국민이 노동신문을 읽는다고 해서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전 세계 인터넷을 다 보면서 북한 정보만 막아놓는 것은 오히려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정보의 직접 공개를 통해 북의 실상을 알게 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 간 대화가 막혔다면 지방정부(강원도, 경기도 등 접경지역 지자체) 차원의 자율적인 교류와 안전 관리를 허용하고 지원해 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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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여: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고 대화 상대로 인정하면서, 경제 지원·외교적 보상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북한의 행동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외교 전략
**레버리지: 협상이나 외교 관계에서 상대방을 움직이거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외교적 영향력 및 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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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미국 불협화음, 동맹 간 의견 차이 당연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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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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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가정보원과 미국 정보당국 사이의 협력에 마찰이 생겼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안보·정보 공유에 신중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동맹 간 의견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때로는 논쟁하고, 의견 차이를 조정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주권 국가인 만큼 미국의 모든 요구를 마냥 수용할 수는 없다. 우리가 미국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면 한미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많이들 이야기하는 '상업적 합리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지불한 대미투자금 3,500억 달러는 국내에 투자됐다면 지방 활성화와 일자리 문제에 큰 보탬이 됐을 규모다. 그 거액이 미국에 건너간 만큼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도 한계를 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리가 접한 보도의 정보 출처가 미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보당국이 우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보수 일간지에 정보를 흘렸을 수 있다. 언론을 이용해 협상 테이블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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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합리성: 대미투자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 예상 수입이 투자의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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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은 자연스러운 교류 끝에 찾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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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많은 청년이 통일보다 안정적 평화 공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청년 세대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북한에 더 먼 정서적 거리를 느낄 것이다. 나의 부모 세대가 북한을 형제격으로 생각했다면, X세대는 사촌쯤 된다고 느낄 것이고, 아마 청년들은 그것보다 더 먼 사이로 인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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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 2025’ 보고서 재구성 | 이대로 자체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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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자연스러운 교류 속에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결혼과 같다. 서로 데이트도 하고 연애하며 알아가는 과정 끝에 결혼에 도달하는 것 아니겠나. 통일도 마찬가지다. 성급하게 통일부터 이룰 수는 없으며, 그전에 양국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고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목가적이고,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공간을 연상하지 않나. 나는 통일된 조국이 고향의 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번도 통일된 조국에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교류하는 과정에서 통일로 귀결된다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분단을 이어받은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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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세대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최종건 교수 | 에디터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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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마치고 학교에 복직했을 때,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겪은 차가운 남북관계가 아니길 바랐고, 청년세대에게 평화롭고 전쟁 위협이 없는 시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실력이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가 더 불안하고 암담해진 것 같아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봤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해 봤으면 한다. 우리 세대가 다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갈 힘도 결국 그런 넓은 시각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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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우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날 선 대립보다는 품격 있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에디터 폴
"떠나간 배"의 뱃머리를 다시 평화의 방향으로 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소담
한반도에 다시 여명이 깃들기를 바라며...
에디터 에이미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교류가 시작되고, 평화라는 결실이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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